전세사기 예방대책, 충분한가?
지난 시간에는 전세 제도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아봤었죠. 오늘 정부에서 발표한 전세사기 예방대책 등을 확인해 보고, 추가 입법안에 관한 논의도 확인해 보겠습니다. 지난 3월 23일 관련 포럼이 있었는데, 좋은 얘기가 많았습니다. 쉽고 빠르게 정리하겠습니다.
'정부 불균형 해소'에 초점 맞춰진 정부대책
정부에서는 빌라왕 사건의 파문을 보고 화들짝 놀라 전세제도 관련 전반을 손보기로 했습니다. 대항력의 효력 발생 시기나 체납 국세 따위 문제는 어제오늘 일도 아닌데 지금 가지 뭐 했나 싶지만, 이제라도 고친다는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정부 대책에는 피해자 지원과 전세사기 단속. 처벌과 함께 차후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예방택이 담겼는데요. 이게 대부분은 정보 줄균형의 해소와 거래환경의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더 잘 알아보고 계약하라는 얘기입니다.
일단 정부는 '안심전세'앱에 주로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HUG에서 운영하는 채널인데요. 아직은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접수창구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집과 임대인 관련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하겠다고 하고요.
이외에, 법무부에서는 임대차보홈법을 개정해서 선순위 임차인 정보, 체납정보 확인권을 명시하고, 시행령에서 소액임차인 범위와 최우선변제금을 소폭 상향 조정했습니다.
여기에 표준계약서에 대항력 관련 특약을 박아서 특약사항을 요구하는 부담을 줄이는 한편, 매매계약 체결 이전에 임차인에게 고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특약, 임대인의 보증사고 이력 때문에 보증가입이 불가할 경우엔 계약 해지와 보증금을 반환한다는 내용의 특약도 반영됐습니다.
사실 여기까지는 딱히 인상적인 대목이 없습니다. 특히 선순위 임차인 정보 확인권이나 체난정보 확인권은 거래에 있어서 응당 필요한 사항이고, 현재 임차인에게도 중요한 정보이긴 합니다. 이걸 권리로 명시한셈인데. 실제 현장에서 임대인이 아직 계약이 성립되지 않은 '임차인이 되려는 자'의 요구에는 성실하게 응할지는 의문입니다. 그냥 다른 임차인을 차지 않을까요.
거기에 최우선 변제금을 상향했다지만 소촉에 불과합니다. 서울은 반지하도 전세가 1억이 넘는데 5,500만 원이라니 너무 적죠. 손해가 줄어드는 건 기쁜 일이지만 이 정도로 내 보증금이 안전해졌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게다가 표준계약서상의 특약은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한다는 의미가 있을 뿐이지 본격적인 전세사기로부터 내 전세금을 보호하는 안정장치가 되진 못합니다. 그냥 잔금을 받아 챙기고 홀연히 사라져 버리면 어디서 특약의 이행을 요구할 수 있겠어요?
은행의 확정일자 열람, 공인중개사의 책임 강화
물론 중요하고 실효성 높아 보이는 대책들도 있었습니다. 국토부는 대항력과 관련해서 표준계약서는 표준계약서대로 고치는 한편, 은행 쪽에 제대로 된 안정장치를 하나 걸어 놓을 예정입니다.
앞서서 은행이 임대차계약 정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임차인의 전입신고 당일에 대출을 실행해 버리는 문제가 있었죠. 국토부는 그래서 은행 전용망에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을 연계시켜서 확정일자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우리은행만 시법적으로 하고 있지만 전체 은행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은행도 몰랐다고 말할 수 없게 됩니다.
그리고 드디어 공인중개사의 역할과 책임이 강화됩니다. 기존에도 공인중개사는 '복비만 받아먹고 하는 게 없다고'라고 질타받아왔죠. 물론 공인중개사에게 권한이 없기도 했지만, 이를 이유로 계약 성사에만 골몰하거나 심지어 사기에 가담하는 부류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국토부는 당초에는 전세사기 의심 물건 신고 시 포상금 지급 같은 이상한 얘기만 꺼냈습니다만, 지금은 중개사가 임대인의 신용정보와 선순위 권리관계를 확인하고, 전입세대도 열람할 수 있게 할 예정입니다.
여기에 전세사기 방지 특약이나 확정일자 부여현황 등 계약 시 유의 사항을 확인하고, 전세가율이나 전세 보증 상품 등에 대해 임차인에게 의무적으로 안내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공인중개사가 이렇게 내 집 구하는 것처럼 집을 걸러준다면 집을 구하는 입장에선 더 안심할 수 있겠죠.
다만 공인중개사는 많은 매물을 갖고 많은 계약을 성사해야 수익이 늘어나는 직종인데, 적당하지 않은 매물을 직접 거를 수 있을지는 좀 고민해봐야 할 부분으로 보입니다.
2023 부동산 입법포럼, '선보증 후계약'등의 논의 돼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들이 우르르 나오고 있고, 부동산 이해 당사자들도 저마다 한 마디씩 하는 상황이죠. 이번에 아주 경제신문에서 주관한 2023 부동산입법포럼에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경기대 대학원 김선주 부동산자산관리학과 교수는 여러 의견을 제시하는 가운데 임차인의 대항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5,500만 원까지 상향을 했는데, 지금 전세가격이나 주택 가격 상승에 대비해서 최우선 변제 금액이 너무 낮다는 평가들이 있어서, 최우선 변제 금액을 상향할 필요가 있습니다."(김선주 교수)
"확정일자를 전세권 설정에 준하는 효력을 갖도록 하는 방안을 법률로 ㅂ완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김선주 교수)
국회입법조사처 류호연 서기관도 참석했는데요. 공인중개사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대부분의 임대차 계약이 공인중개사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인중개사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류호연 서기관)
"주변 시세라든지, 세금 체납 여부, 조세 채권과 보증금 반환채권과의 권리관계,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공인중개사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려는 자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지 않습니다."(류호연 서기관)
류 서기관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중개인에게 관련 설명의무를 부여하는 한편 위반 시 처벌 및 손해배상의 의무까지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정부 대책에서도 비숫한 내용이 있는데, 손해배상 의무가 붙으면 공인중개사도 확실히 좀 더 성실하게 중개에 임하는 효과가 있겠습니다.
토론에서는 세종대학교 산업대학원 부동산자산관리학과 임재만 교수가 여러 의견을 제시한 가운데, 민간 임대 주택의 등록 의무화에 더불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계약 전에 가입하는 '선 보증 후 계약'으로 임차인의 보증금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민간임대주택 등록 의무화가 필요하고 이걸 통해서 사업자 관리와 주택을 관리할 필요가 있고 선 보증 후계약의 형태로 임차인의 보증금을 보증할 필요가 있다." (임재만 교수)
토론의 좌장으로 참석한 명지대 부동산학과 권대중 교수도 임차인이 계약 전에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면 여기에 공감대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계약금을 내고, 잔금을 다 내고 계약서를 갖다 줘 야만 이제 얼마 정도 가입할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이미 돈이 다 나가버렸죠."(권대중 교수)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서도 토론회에 참가했는데요. 부동산정책연구원 김성용 연구실장은 공인중개사협회 자체에서 시세 정보를 구축하고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안심전세앱이 시세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50인 이하의 가구도 시세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겠습니다."(김서용 연구실장)
대한주택임대인협외의 성창엽 협회장도 토론에 참여했는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이 가입 가능 또는 불가로 전체를 보증갑거나 하나도 보증받지 못하는 게 문제라는 신선한 시각을 제시했습니다.
"그나마 보증 가입이 됐던 분들은(구제의) 여지라도 있지만, 가입 못 한 분들은 아예 여지마저 없는 피해가 발생을 합니다. 보증가입 자체는 누구나 가능하되, 보증 기관이 보증하는 대상 금액에 대해서는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지 않나"(성창엽 협회장)
마치며...
전세는 유용하지만 아직 안전한 제도가 아닙니다. 만에 하나라는 가능성을 완전하게 배제하지 못한 채, 상대방의 선의와 상환능력을 믿고 평생 모은 재산을 맡겨야 하는 제도입니다.
각계의 아이디어를 모아 제도개선이 진행되고 있지만 보셨다시피 갈 길이 멉니다.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 몰라도 아직은 각자도생해야 하니, 특히 전세대출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불안을 없앨 만큼 꼼꼼하게 점검하고 안전장치를 마련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냥 월세로 가는 게 속 편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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